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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상식

해저 산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by 지혜의열매 2023. 2. 13.

만약 바닷물이 다 말라서 밑바닥이 드러난다면 그 모습은 어떨까? 해저지형도 육지처럼 산, 언덕, 골짜기, 평원 등 있을건 다 있다. 또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해저 중앙에 남북 방향으로 남극해와 북극해까지 길게 늘어선 해저산맥이 있다.

잇달아 뻗어 있는 산줄기를 뜻하는 한자 령을 사용해 중앙해령이라 불러왔으나 알기 쉽게 중앙해저산맥으로 고쳐 쓰는것이 좋겠다. 해저산맥의 총 길이는 8만 킬로미터에 달해 지구 둘레를 2번 돌 수 있는 길이다. 해저 산맥은 주변보다 2500~3000미터 정도 높게 솟아 있다. 백두산 높이만큼 되는 산들이 바닷속 한가운데 줄줄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해저지형(콜롬비아 대학교)

해저산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답을 이야하기 전에 맨틀, 마그마, 대류 등 관련 용어를 먼저 살펴보자. 맨틀은 지구의 지각과 외핵 사이 부분이며, 마그마는 암석층이 높은 온도에 녹아 만들어진 유동성 물질이다. 맨틀은 지구 내부 핵의 뜨거운 열로 인해 대류를 한다. 대류는 유체에 열을 가했을 때 밀도 차이로 유체가 이동하여 열이 전달되는 현상을 말한다. 대류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확인할수 있다. 유리그릇에 물을 넣고 후춧가루를 뿌린 다음 가열해보자. 가열된 아래쪽 물은 팽창하면서 밀도가 작아져 위로 올라가고, 위쪽 물은 대신 아래로 내려오면서 원 모양으로 순환한다. 물의 움직임은 물속의 후춧가루가 어떻게 움직이는 보면 알수 있다. 지구의 맨틀 대류도 규모의 차이만 있지 마찬가지 원리이다. 맨틀이 지표 쪽으로 올라가면 양쪽으로 갈라지며 이 틈으로 마그마가 올라와 해양지각이 새로 만들어진다. 마그마가 계속 올라와 높이 쌓이면 해저산맥이 형성된다.

 

해저산맥의 정상에는 갈라져 생긴 골짜기를 뜻하는 열곡이 있다. V자 모양으로 생긴 이곳은 마그마가 분출하여 해양지각이 만들어지는 장소이다. 새로 만들어진 해양지각은 양쪽으로 1년에 수 센티미더 정도로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이렇게 해양지각이 확장되면서 마치 슬레이트 지붕처럼 높낮이가 다른 굴곡이 있는 지형이 형성된다. 과학자들은 이런 지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답을 얻기 위해 연구해왔다. 그런데 한국의 과학자가 2015년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명쾌한 답을 실었다. 

해양 지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박승현 박사는 2011년부터 쇄방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남극 바닷속으로 음파를 쏜 뒤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지형을 조사했다. 반대편 산에 부딪혀 돌아오는 메아리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음파를 쏘아 해저에 부딪혀 돌아오는 시간을 재서 바닷물속에서 소리의 속도를 곱한 후 2로 나누면 바다의 깊이를 알수 있다. 관측 결과를 미국 하버드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과 함께 분석했더니 남극 중앙해저 산맥에 나타나는 굴곡이 빙하기와 간빙기 주기와 관련이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얻는 순간 얼마나 기뻐했을지 짐작이 간다. 유레카를 외치며 벌거벗고 목욕탕에서 뛰어나온 아르키메데스의 기분이었을것이다.

 

빙하기에는 해수면이 간빙기보다 100미터가량 낮아지는데 바닷물 양이 줄면 중앙해저산맥이 받는 압력이 그만큼 낮아져 마그마가 흘러나와 높은 산맥이 형성된다. 반대로 간빙기에는 해수면이 올라가 증가한 바닷물의 압력 때문에 마그마가 적게 나오고 낮은 산맥이 만들어진다. 무관할 것 같았던 빙하기와 간빙기가 바닷속 해저 산맥 지형에도 영향을 미친것이다. 이로써 1950년대 미국 과학자들이 대서양 한복판에서 중앙해저산맥을 발견한지 반세기도 더 지나서야 굴곡이 왜 있는지 답을 찾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얻는 데는 아라온호의 역할도 컸다. 아라온호의 건조에는 세종과학기지 전재규 대원의 값진 희생이 밑거름이 되었다. 해양연구에 필수적인 연구 장비덕에 우리 과학자들이 날개를 단듯 세계적인 연구실적을 내고 있다. 멍석을 깔면 하던 짓도 안 한다지만 과학자들은 멍석을 깔아주면 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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