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들은 지구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분류 체계를 만들었다.
분류 체계는 잘 알다시피 생물을 분류하는 단계인 계, 문, 강, 목, 과, 속, 종을 말한다. 계는 생물 분류 단계 중 가장 큰 단위이며 문, 강, 목, 과, 속으로 갈수록 좀 더 세분화되고 생물 상호 간 연관관계가 높아진다. 가장 마지막 단계인 종은 생물 분류의 기본 단위이며, 개체 사이에서 짝짓기를 하여 자손을 퍼뜨릴 수 있는 생물을 일반적으로 같은 종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때로는 문을 아문으로 세분하기도 하며, 강 여러개를 묶어 상강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강 한 개를 여러 개의 하강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목의 경우에도 상목과 아목 등이, 과의 경우에도 상과와 아과, 속에도 아속 등이 있으며, 심지어 종도 아종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분화 작업은 생물 분류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생물을 단순히 식물계와 동물계로 나누었다.그러나 현미경의 발달로 다양한 미생물 종류가 밝혀지고, 생물학의 발전으로 식물과 동물의 중간적 특징을 지닌 생물이나 생물과 무생물의 특성을 모두 지닌 생물 등 분류가 어려운 것이 많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생물 분류는 더욱 복잡해졌다.
생물은 식물과 동물 두 종류로 분류하던 것에서 미생물을 포함한 3개로 나누어졌다.
미생물에는 바이러스, 세균(박테리아), 원생동물, 단세포 조류, 곰팡이류, 버섯종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후 생물 분류는 점점 복잡해져 동물, 식물, 원생생물(단세포 생물), 모네라(세균과 남조류, 남조류는 시아노박테리아, 청록박테리아 등 명칭이 다양하다)의 4계, 또는 곰팡이류인 진균(버섯포함)을 분리하여 5개로 나누기도 했다.
생물을 몇 가지 나눌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지금은 비세포 생물인 바이러스, 원핵생물(세포 내의 핵이 핵막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은 생물)인 모네라, 원생생물, 진균, 식물, 동물 등 6계로 나눈다.
그러면 바다에는 이들 가운데 어떠한 생물이 살고 있을까?
바다에도 바이러스, 세균, 원생동물, 단세포 조류, 곰팡이, 식물과 동물 등 생물 분류 체계의 모든 계에 속하는 생물이 살고 있다. 바다가 생물 탄생의 고향임을 감안한다면 온갖 생물이 바다에서 살고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생물이 사는지 정확히 알 도리는 없다.
현실적으로 모든 생물을 다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학자들마다 예상하는 생물 종의 수는 500만 종에서 1억 종까지 차이가 크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알려진 종은 약 175만 종(바이러스 약 4000종, 세균 약 4000종, 원생생물 약 8만종, 진균 약 7만 2000종, 식물 약 27만 종, 동물 약 132만 종) 정도이며 이 가운데 15~20퍼센트 범위인 약 30만 종 정도가 해양생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알려진 종 숫자로는 육상생물이 더 많지만 생물의 계통 발생 측면에서는 해양 생물이 훨씬 다양하다. 이는 육지에 생물이 나타나기 27억 년 전부터 바다에는 오랜 시간 동안 생물이 진화해 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밝혀진 33 개문 가운데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다에 살고 있으며, 15개의 문은 육지에는 없고 바다에만 산다. 이는 생물의 문 가운데 약 절반 정도만 육지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바다는 육지보다 면적이 2배 이상 넓고 생물 조사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생물이 훨씬 더 많이 살고 있을 터이다. 앞으로 바다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수록 해양생물 종은 더 많이 밝혀질 것이다.
심해 생물은 어떻게 살까?
프랑스 심해유인 잠수정 노틸(Nautile)호를 타고 태평양 바닷속 5000미터가 넘는 해저에 다녀온 적이 있다.
심해유인 잠수정 창밖으로 내다본 수심 5000미터 태평양 심해저 평원은 고요 속에 묻혀 있는 별천지였다. 영겁의 세월동안 쌓인 누런 퇴적물 위에 감자처럼 생긴 검은색 망간단괴들이 빼곡히 널려있고 군데군데 생물들이 바닥을 기어간 흔적이 보였다. 눈이 없는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코끼리 귀처럼 생긴 지느러미를 새의 날개처럼 펄럭이며 문어가 춤을 추고 있었다.
바닥에는 어른 신발 두 짝을 이어 놓은것만큼이나 길쭉한 보랏빛 해삼이 몸보다 더 긴 꼬리를 곧추세우고 열심히 기어가고 있었다. 또 쟁반만 한 하얀 불가사리가 진흙에 몸을 반쯤 숨기고, 튤립 꽃을 닮은 해면이 마치 식물처럼 긴 가지 끝에 달려 바닥 위로 솟아올라 있었다.
심해에는 이처럼 우리가 바닷가에서 흔히 보던 생물과는 다른 생물이 살고 있다.
심해란 어떤 곳을 말하며 이곳의 생물은 왜 이처럼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심해는 대략 대륙봉이 끝나는, 즉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수심 200미터보다 깊은 곳을 가리킨다. 바다는 깊이 들어갈수록 환경이 서서히 바뀌게 되고 환경이 변하면 생물의 모습이나 살아가는 방법도 변하게 마련이다.
바닷속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가장 쉽게 느낄수 있는 변화는 점점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햇빛이 투과되지 못해 광량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햇빛이 잘 드는 얕은 바다는 해조류나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해 먹이가 풍부하므로 해양생물이 많이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심해는 빛이 없는 암흑세계이기 때문에 식물이 살기 어렵다.
또 표층 바닷물은 햇볕이 데우지만 깊은 바다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바다에 깊이 들어갈수록 수온이 낮아진다. 아울러 수온이 낮은 물은 밀도가 커서 무겁기 때문에 아래로 가라앉는다. 따라서 수천 미터 바닷속은 수온이 고작 섭씨 1~2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냉장고 속보다 추운 곳이 바로 심해이다. 또 다른 환경변화는 수압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수심 1000미터에서 수압은 수면에서보다 100배가 높으며, 수심 1만 미터가 되면 수압은 1000배가 높아진다. 수심 5000미터에서는 수압이 약 500 기압이 되는데 이는 1제곱센티미터 면적을 500킬로 그램으로 내리누르는 것과 같다. 우리 손톱 위에 소형 승용차 1대를 올려놓는 것과 흡사한 압력이다.
심해는 이처럼 빛이 없고 수온이 낮으면 수압이 높아서 생물이 살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 생물들은 심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체형이나 체색이 특이하게 변화했다. 어스름한 빛만이 있는 박광층에 사는 어류는 어두운곳에서도 잘 보고 먹이를 찾기 위해 대개 눈이 크다. 반면 빛이 없는 무광층에 사는 어류의 눈은 오히려 퇴화했다. 빛이 없으니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심해에 사는 어류인 풍선장어나 아귀는 입이 커서 큰 먹이도 삼킬 수 있고 한번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시무시한 이빨이 입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심해에 먹이가 부족하다 보니 한번 먹이를 놓치면 언제 또 먹이를 찾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이 심해 5000미터를 맨몸으로 내려간다면 엄청난 수압에 눌려 납작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심해 생물들은 높은 수압에 잘 적응해 살고 있다. 심해 무척추동물 대부분은 어류의 부레나 사람의 허파와 같이 압력을 받으면 수축하는, 기체가 들어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높은 수압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심해어류는 부레 대신 몸안에 가벼운 기름이 많아 부력을 조절한다. 또 심해 생물은 수축이 잘 안 되는 수분이 상대적으로 많아 높은 압력에도 잘 견딜 수 있다. 속이 빈 단단한 쇠공을 수천 미터 바닷속에 넣으면 찌그러져도, 음료수가 가득 찬 알루미늄 깡통이 찌그러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심해에 사는 생물 가운데는 빛을 내는것이 많다. 도끼고기는 배 주위에 있는 발광세포에서 빛을 내기 때문에 빛이 반짝이는 수면을 배경으로 하면 포식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심해아귀는 이마에 난 낚싯대 모양의 돌기에서 빛을 내어 먹이를 유인하여 잡아먹는다. 희미한 빛이 있는 박광충에 사는 생물은 유리오징어처럼 투명하거나 심해새우처럼 붉은색이 많다.
투명하면 몸이 보이지 않고 푸른 빛이 감도는 곳에서 붉은빛을 내는 생물은 검게 보이기 때문이다.
심해에 사는 생물의 모습이 기이하고 습성이 특이한 것은 모두 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의 결과이다.
심해 생물을 연구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아직 심해의 대부분은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앞으로 심해 잠수정을 비롯하여 다양한 심해 연구 장비들이 개발되면 신기한 심해 생물들이 더 많이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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