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태평양 한가운데에 쓰레기로 만들어진 섬이 있다는 소문은 사실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떠서 해류와 바람에 휩쓸려 태평양 한 가운데로 모인 것이다. 쓰레기 섬 이야기는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199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하와이까지 요트 경주에 참가했던 한 선수가 갖가지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쓰레기 섬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15년 후에 다시 섬을 찾았을 때 그 쓰레기섬은 100배나 커져 있었다. 그는 충격적인 현장을 무인기에 달린 카메라로 찍어 <사이언스> 잡지에 실었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수거해서 처리할 수 있지만 너무 작아 보이지 않는 유령 쓰레기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쓰레기 중에 가장 골칫거리는 스티로폼이다. 스티로폼은 가공하기 쉬워 일상생활에 널리 쓰인다. 스티로폼은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물을 잘 흡수하지 않고 가벼워 물에 잘 뜨기 때문에 물고기 양식장의 부표를 만들 때 주로 쓴다. 또 열을 잘 차단하여 아이스박스나 단열포장 용기를 만들때도 사용한다. 하지만 스티로폼은 사용하기 편리한 데 반해 생물이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해양 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부피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해양 쓰레기의 37퍼센트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부표라고 한다. 남해안으로 여행을 가본 적이 있다면 양식장에 하얀 스티로폼 부표가 줄을 맞춰 끝없이 펼쳐져 있는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언뜻 푸른 바다와 하얀 부표가 조화를 이뤄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부표는 사용하다보면 마모되어 작은 알갱이로 부서진다. 이 스티로폼 조각이 바닷가에 쌓여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는 곳도 많다. 조각들이 계속 마모되다 보면 현미경으로도 간신히 보일 정도로 아주 작아진다. 우리 눈에 잘 안 보이는 미세한 스티로폼 알갱이는 수거가 불가능하여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마이크로플라스틱(microplastics)이라고 한다. 얼마나 작아야 마이크로플라스틱이라고 할끼?
흔히 현미경으로 확인이 가능한 1밀리미터보다 작은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하지만 학자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5밀리미터보다 작은 것을 마이크로플라스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 파도와 같은 물리적 힘이나 햇빛에 광분해 되어 만들어진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생태계에 어떤 피해를 입히는 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렇지만 바다에서 홍합처럼 식물플랑크톤을 걸러먹는 동물 (여과식자)이나 갯지렁이처럼 바닥에 가라앉은 퇴적물을 먹는 동물(퇴적물식자)의 경우 모두 마이크로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플랑크톤을 먹는 작은 물고기도 마이크로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다. 이런 플라스틱 알갱이는 동물의 소화관을 막거나 소화되지 않은 채 몸에 쌓여 생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플라스틱에서 녹아 나오는 독성 물질도 피해를 준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는 친환경 부표에 대한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쉽게 부스러지는 부표 대신 내구성이 강한 부표 사용을 점차 늘려나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 부표는 충격에 잘 견딜수 있도록 기존 고밀도 부표의 표면을 코팅하거나 필름을 씌웠기 때문에 잘 부스러지지 않아 환경문제를 덜 일으킨다. 또한 부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버려진 부표의 수거도 훨씬 쉽다.
환경 호르몬이 암컷을 수컷으로
이미 반세기도 전인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은 유명한 저서 <침묵의 봄> 울 발간했다.
이 책에서 카슨은 미국 5대호 주변 야생동물의 생식 이변을 고발하며 계속 디디티(DDT)와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면 봄이 와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6년 테오 콜본 (Theo Colborn,1927~2014)을 비롯한 저자 3명이 출판한 <도둑맞은 미래>에서도 다시 한번 환경호르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환경호르몬에 대한 뉴스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환경호르몬이란 환경 중에 방출되어 호르몬과 같은 작용을 하는 화학물질로, 정확한 명칭은 내분비 장애(교란)물질이다. 이 환경호르몬은 일상생활에서 쓰는 살충제, 제초제, 플라스틱 재료, 계면활성제 등에 주로 포함되어 있다.
현재까지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화학물질은 70여종에 이른다.
폐기물의 소각과정이나 종이 펄프의 염소 표백과정에 생성되는 다이옥신(dioxine), 전기 제품의 절연체로 사용하는 피시비(PCB, polychlorinated bipenyls), 제초제에 사용하는 아미트롤(amitrole), 아트라진(atrazine), 시마진(simazine), 말라티온(malathion), 엔도설판(endosulfan), 선박의 방오용 페인트에 사용하는 유기 주석 화합물 트리부틸주석(TBT, tribytyl tin)과 트리페놀주석(TPHT, triphenol tin), 플라스틱 식기에 들어있는 비스페놀 A(bisphenol A), 계면 활성제에 들어있는 노닐페놀(nonylphenol), 접착제에 사용하는 디사이클로핵실 프탈레이트(DCHP, dicyclohexyl phthalate), 잉크나 세제에 들어있는 알킬페놀, 그리고 카드뮴, 납, 수은과 같은 중금속도 포함이 된다. 또한 유산 방지나 성장 촉진을 위해 합성한 인공 에스트로겐(DES, diethylstilbestol)도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이 화학물질들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과 비슷한 작용을 하여 인간과 야생동물의 생식에 이상을 일으킨다.
선박의 방오용 페인트에 부착생물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첨가하는 트리부틸주석은 암컷 고둥의 몸에 수컷 성기처럼 생긴 돌기가 자라 붙임 암컷이 되는 임포섹스(imposex)를 일으킨다. 이 트리부틸주석은 굴의 성장을 억제하고 패각이 두꺼워져 기형을 일으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디디티는 이미 오래전에 생산이 금지되었으나 아직까지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미국 플로리다에서 서식하는 수컷 악어의 성기가 왜소해지는 원인이 되었다. 다이옥신은 쥐 태앙의 기형이나 출혈, 생식기관의 발달 장애를 일으킨다.
환경호르몬은 야생동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먹이망을 통한 생물 농축과정으로 인간에게도 각종 암을 일으키고 정자의 숫자를 감소시키는 등 여러가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예로 베트남전 당시 사용한 고엽제에 포함되어 있던 다이옥신은 기형아 출산을 비롯한 많은 후유증을 남겨 환경 호르몬의 심각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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