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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상식

바닷물이 산성화된다

by 지혜의열매 2023. 2. 24.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산성화 되고 있어 앞으로 수산물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해수의 평균 수소이온지수(ph)는 200여 년 전에 비해 0.1이 떨어진 8.1로, 산성도는 30퍼센트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25퍼센트가 바다로 흡수되어 바닷물의 탄산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가운데 하나인 이산화탄소는 산업화로 계속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이번 세기말 바닷물의 수소이온지수는 7.8로 떨어지고 산성도는 150퍼센트가량 증가할 것이다. 참고로 수소이온지수가 7이면 중성이고 이보다 낮아질수록 강한 산성이 된다. 그리고 7보다 높으면 알칼리라고도 하는 염기성이 된다.

 

바닷물이 산성화되는 현상을 해양 산성화라고 한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지구온난화가 발생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은 이산화탄소 상당량을 바다가 흡수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속도가 우리 예상보다 늦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구 기후조절기능은 바다가 우리에게 베푸는 큰 혜택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바다는 이 때문에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바다의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늘어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더 많이 녹아들면 해수의 수소이온지수가 점차 감소한다.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으면 탄산이 만들어지고, 이 탄산은 탄산염과 수소이온으로 분리되면서 수소이온이 만들어진다. 해수 중에 수소이온이 늘어날수록 해수는 더 산성이 된다.

 

해양 산성화는 왜 문제가 될까? 해양 산성화는 조개나 갑각류, 산호의 껍데기의 골격 형성을 방해한다. 콜라나 사이다와 같은 탄산음료에 조개껍데기를 오랫동안 넣어두면 탄산칼슘 성분의 조개 껍데기가 녹아버리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해양 산성화는 식물플랑크톤과 동물 플랑크톤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양 생태계의 바탕이 되는 이들이 줄어들면 먹이사슬을 통해 해양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해양 산성화로 해파리가 늘어나기도 한다. 동물플랑크톤을 먹는 해파리가 늘어나면 어류의 개체수가 감소한다. 이 밖에도 일부 해양생물의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어는 해수의 산성화로 방향감각이나 후각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물고기 흰동가리가 해양 산성화로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겨 방향감각을 잃고 포식자에게 다가간 장면이 바로 한 예이다.

산호 (그림1), 흰동가리(그림2)

해양 산성화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것이다. 화석연료 대신 태양열이나 바람, 바닷물의 흐름이나 파도등을 이용하여 전기를 얻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밖에도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기름을 파낸 유전에 다시 묻어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해양 산성화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러시아, 미국 해양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동해는 전 세계 바다보다 평균 2배나 빠르게 산성화 되고 있다. 해양 산성화로 바다 이곳저곳에서 관찰되는 이상 현상은 전주곡에 불과할 수 도 있다. 미국 해양 산성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최근 관련법을 새로 만들었다. 우리도 해양 산성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해안선이 줄어들고 있다.

 

매년 휴가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는다. 해안은 땅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으로 두 부분이 맞닿은 선을 해안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해안선의 길이는 대체 얼마나 될까? 자료마다 달라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어렵다. 해안선은 칼로 베어놓은 듯 반듯하지 않으니 거리 재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해안선 거리를 측정한다. 또한 조석 해안선 길이는 흔히 바닷물의 수위가 가장 높은 밀물 때를 기준으로 한다. 2009년 국립해양조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안선 길이는 육지에서 6840킬로미터, 섬에서 5910킬로미터로 총 1만 2750킬로미터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해안선이 길다. 특히 서해안과 남해안은 굴곡이 심한 리아스식 해안이라 육지 면적 대비 해안선의 길이가 120퍼센트나 된다. 섬나라 일본도 고작 87퍼센트 수준밖에 안 되는데 말이다. 해안선이 길면 장점이 많다. 육지 면적에 비해 해안선이 길면 그만큼 바다에 접근하기가 쉽다. 해양 물류, 해양 레크리에이션 등 바다와 관련된 모든 산업과 여가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긴 해안선을 따라 발달한 다 향한 생태계는 뭇 생명체의 서식지이자 환경을 깨끗하게 해주는 정화시설이다. 서*남해안을 따라 갯벌이 잘 발달해 있는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속할 만큼 유명하다. 갯벌에 잘 발달해 있는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속할 만큼 유명하다. 갯벌에 사는 생물은 관리만 잘하면 스스로 늘어나 우리의 곳간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하지만 긴 해안선을 따라 서식하는 풍부한 수산자원을 우리는 보물인 줄 모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엘리노어 오스트롬 교수는 "한국은 해안선이 아주 길어 좋은 어장이 많고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이런 해안을 잘 보호환느 것이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과거를 되돌아보면 우리는 그에 역행하는 일을 많이 해왔다. 다른 나라들은 오히려 해안선을 더 늘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야자수를 닮은 인공 섬을 만들어 해안선을 늘이고 있다. 

 

최근 국립환경 과학원은 우리나라 해안선 길이가 지난 100년사이 약 1900킬로미터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현재 지도의 해안선을 1910년대 것과 비교하면 해안선의 거의 3분의 1이 사라졌다고 한다. 특히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안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져 1910년대 4210킬로미터에서 현재는 2450킬로미터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간척, 매립등으로 조간대의 갯벌과 염습지, 사구가 사라지고, 대신 끝이 보이지 않는 방파제가 육지와 바다의 경계를 차지하면서 구불구불했던 해안선이 직선화되었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발달한 갯벌은 질척거리는 쓸모없는 땅이 결코 아니다.

뭇 생명을 키워내는 기름진 땅이고, 태풍이나 해일로부터 우리의 보금자리를 지켜주는 파수병이다.

높은 건물과 거미줄처럼 얽힌 도로,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 농경지가 대신 차지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곳이다.

 

개발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눈에 거슬릴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에서 구불구불한 것이 반듯한 것보다 훨씬 효율성이 높은 사례를 무수히 알고 있다. 식물의 뿌리를 살펴보라. 물고기의 아가미를 들추어보라. 그 표면이 어떤 모양인지,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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