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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상식

지구의 콩팥, 갯벌이 아프다.

by 지혜의열매 2023. 2. 25.

간조 때 서해안을 찾으면 석양에 붉게 물든 하늘과 눈앞에 드넓게 펼쳐지는 갯벌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에 발달한 갯벌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에 발달한 갯벌은 미국과 캐나다 동해안, 북해 연안,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 하구에 발달한 갯벌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에 속한다.

우리나라 갯벌 면적은 2013년 기준으로 약 2487제곱킬로미터로, 우리 국토 면적의 2.5퍼센트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인 제주도(1862제곱킬로미터)와 그다음으로 큰 거제도 (384제곱킬로미터)를 합한 면적보다도 넓다. 갯벌 면적을 측정하기 시작한 1987년 자료와 비교했을 때, 26년 동안 갯벌은 무려 716제곱킬로미터가 매립되었다. 사라진 갯벌 면적이 서울시보다도 넓은 셈이다.

 

우리 몸은 허파에서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교환하고 콩팥에서 노폐물을 걸러낸다.

자연에도 지구의 허파와 콩팥 역할을 하는 존재가 있다. 동남아시아나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에 무성한 식물은 광합성 과정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 배출한다. 그래서 열대우림을 지구의 허파라고 한다. 또한 갯벌은 노폐물을 걸러주는 콩팥 역할을 하므로 지구의 콩팥이라고 부른다. 갯벌에 쌓인 각종 오염물질들은 미생물이 분해해 식물의 영양분으로 쓰이며 미생물은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된다. 또한 갯벌에 사는 대부분 동물들은 갯벌에 쌓여있는 유기물을 먹고 산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갯벌 생태계는 오염물질 정화작업을 하게 된다.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의 생산력은 외양역에 비해 10~20배나 된다. 갯벌에서 바지락이나 동죽 같은 수산물을 잡더라도 화수분처럼 곧 다시 채워진ㄷ. 갯벌은 태풍이나 해일로부터 육지를 보호해 주는 완충지이자 생태 관광지로서 가치가 있다.

강화도 갯벌

갯벌은 조수 간만에 따라 공기 중에 노출되기도 하고 바닷물에 잠기기도 하는, 바닥이 펄이나 모래로 된 곳을 말한다.

바닥이 진흙으로 된 곳을 펄 갯벌, 모래로 된 곳을 모래 갯벌이라고 한다. 갯벌은 아무 데서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갯벌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갯벌은 강 하구나 해수의 교환이 비교적 적은 만, 경사가 완만하고 조석의 차가 큰 조간대에 발달한다. 이런 곳은 강물이 운반한 진흙이나 모래가 많이 퇴적되고, 외양과 해수 교환이 잘 되지 않아 조류나 파도가 약해 모래나 진흙이 먼 바다로 유실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물이 운반한 진흙과 모래가 흐름이 느린 하구에 도달하면 바닥에 쌓여 갯벌이 발달한다.

 

강화도 주변의 광대한 갯벌도 한강 하구라는 지리적 조건으로 발달했다.

동해안처럼 파도가 강하고 조수 간만의 차가 적으며 바닥의 경사가 심하고 바다로 흘러드는 큰 강이 없는 곳에서는 갯벌이 만들어질 수 없다. 대신 바위로 된 해안이나 굵은 모래로 된 백사장이 발달한다. 갯벌은 미세한 진흙이나 모래가 쌓여 형성되기 때문에 해류가 조금만 바뀌어도 쉽게 파괴된다. 또한 연안 개발을 위해 방조제를 만들거나 연안을 매립하면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어 갯벌이 망가진다.

 

모래나 펄 틈 사이에는 아주 작은 공간이 있다. 이 간극공간은 모래나 펄 입자가 작을수록 좁아진다.

백사장처럼 간극공간이 큰 곳에서는 바닷물이 모래 사이로 자유롭게 스며들수 있어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씻어 버릴 수가 있다. 백사장은 갯벌보다 경사가 심해 썰물 때 바닷물이 빨리 빠져 쉽게 마른다. 반면 갯벌처럼 입자 사이에 빈 공간이 거의 없는 곳은 바닷물이 잘 스며들지 못해 산소 공급이 안되고 쌓여있는 유기물 제거도 어렵다. 그러므로 유기물을 잡는 덫 역할을 한다. 유기물은 갯벌 윗부분에 쌓이고, 비교적 산소 공급이 잘 되는 위층은 갈색을 띤다. 그 아래층의 유기물은 갯벌 동물이나 미생물이 소비하므로 줄어든다. 펄은 그 속에 사는 생물의 호흡으로 산소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펄 속으로 약 40~60센티미터 들어가면 무산소 상태가 된다. 그렇다고 생물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산소가 없이도 살 수 있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며 산다. 이들은 산소 대신 해수 중에 있는 황산이온을 이용하고 그 부산물로 황화수소를 만든다. 황화수소는 달걀 썩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갯벌에 가면 이런 냄새가 난다. 갯벌을 깊이 파면 검은색을 띠는데, 이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펄 속의 철분이 황과 결합하여 검은색의 황화철을 만들기 때문이다.

 

열대우림은 금세기 들어 이미 아프리카에서 50퍼센트, 동남아시아와 중남아메리카에서 40퍼센트정도 소실되었다. 지금도 매년 한반도 절반만 한 면적의 열대림이 파괴되고 있다. 열대우림은 원목을 얻으려 벌목하거나 농경지를 만들려고 태우거나 벌채하기 때문에 파괴된다. 그렇지 않아도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여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 뿜어내는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일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갯벌의 파괴도 심각하다. 세계 인구의 절반은 바다 근처에서 살고 있다.

 

바다로 흘러드는 강 주변에 살면 물을 얻기가 쉽고, 평탄한 해안 지형은 도시의 개발에 편리하며, 뱃길로 물자 수송이나 이동이 쉽고 바다로부터 풍부한 식량자원을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해안에 인구가 집중되다 보니 갯벌까지 매립해 가며 도시와 공업단지, 농지를 만들고 있다. 그 바람에 해양생물은 살 곳을 잃었다. 사람이 모여 살면 도시 하수나 산업 폐수 등 오염물질이 늘어나는 반면 지구의 콩팥 역할을 하는 갯벌은 점차 줄어 설상가상으로 오염이 심해진다. 

 

사람은 콩팥이 두 개여서 하나가 없어도 살수 있다. 또 경우에 다라서는 다른 사람의 콩팥을 이식받아서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의 콩팥은 이식할 수 없다. 인공갯벌을 만들기도 하지만, 있는 갯벌을 지키는 것이 더 현명하다. 광대한 갯벌이 있는 우리나라는 자연의 혜택을 받은 곳이다. 소중한 갯벌을 연안개발이라는 근시안적 이익 때문에 훼손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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