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바다가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바다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처음 생겨난 생명 탄생의 요람이고, 각종 자원을 공급해 주는 천혜의 보물창고이며, 생물이 살기에 알맞도록 기후 조절을 해주는 천연 냉온방기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가 활용의 장소로 여름이면 바닷가는 피서객으로 붐비고, 최근에는 제트스키, 스쿠버다이빙, 윈드서핑, 요트 타기와 같은 해양 스포츠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많은 화물을 한꺼번에 운반할 수 있는 화물선이 이동하는 길이고,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정수기와 쓰레기 처리장 역할을 하는 등 바다의 중요성은 이로 다 헤어릴 수 없다.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이렇게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력이 넘치는 살아 있는 행성이다. 바다는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곳으로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바다에서 탄생해 오랜 세월을 거쳐 육지로까지 진출했다. 바닷가에 가보면 수평선만 눈에 들어올뿐 얼핏 생물이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육지에 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바닷속으로 들어가 보면 육지보다 더 다양하고 신기한 생물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바닷속에는 식물플랑크톤이나 동물플랑크톤처럼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생물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고래까지 살고 있다. 또 육지에 사는 동식물은 거의 육지 표면을 2차원적으로 활용하지만, 바다에 사는 동물은 표층에서부터 심해 수심 약 1만 1000미터까지 아주 넓은 공간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
바다에서 헤엄치다 바닷물을 들이킨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 바닷물만 마신 게 아니다. 놀라지 말라. 우리 뱃속으로 들어간 바닷물 한 모금 속에는 식물플랑크톤이 많게는 수만에서 수십만 개까지 들어있고 동물플랑크톤도 있다. 이처럼 바다는 다양한 생명체가 바글거리며 살고 있는 곳이다. 만약 바다에 없었더라면 지구는 46억 년이 되도록 달처럼 황량한 사막과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바다에 의존해 살고 있다. 바다가 없으면 하루도 살기 힘들다. 우리가 숨쉬는 산소의 일부는 바다에서 식물플랑크톤이나 대형 해조류가 만든다. 또 바다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도 한다. 바다는 우리가 쾌적하게 살 수 있게 기후를 조절해 주고 환경을 깨끗하게 해 준다. 인류는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로 육상장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오염되어 생태계가 훼손되고 주거 공간이 부족해지자 바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인간의 활동 영역은 점차 바다로 넓혀지고 있다. 더욱이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양 관광과 해양 레저가 인기를 끌고 해양 헬스케어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바다가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바다에서 다양한 자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생물에서 의약품을 얻고 미세조류에서 바이오 연료를 추출하고, 남획과 오염으로 줄어드는 수산자원을 공급하기 위해 바다목장을 만든다. 산업에 꼭 필요한 금속을 얻기 위해 심해저 광물 자원을 개발하고,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유용한 물질을 추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조석 간만의 차나 빠른 조류, 파도, 해수의 온도차 그리고 해상풍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깊은 바다에서 심층수를 끌어올려 산업적으로 활용하고, 바다에 인공섬을 만들거나 바닷속에 해저도시를 만들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렇게 꿈같은 일이 바다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바다에서 얻을수 있는 자원은 생물자원, 광물자원, 에너지 자원, 수자원, 공간자원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생물자원에는 식용하는 수산 자원과 해양생물에서 추출한 유용물질이 있다. 광물자원에는 망간단괴, 망간각, 열수광상 등이 있다. 연안에서는 골재자원으로 바다모래를 채취하기도 한다. 에너지 자원에는 석유, 천연가스, 가스 하이드레이트 등이 있고, 신재생에너지로는 조력, 조류, 파력, 해양온도차, 해상풍력 등이 있다. 바닷물 그 자체도 소중한 자원이다. 해수를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담수로 만드는 해수 담수화와 깊은 바닷물을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해양심층수 등이 있다.
바다는 앞으로 인류가 살아갈 공간으로 가치가 있다. 우리 후손들은 바닷속에 아파트를 짓고 잠수정을 타고 학교에 갈지도 모른다.
바다는 다양한 자원의 보물창고이며 무한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래서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를 비롯한 많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는 해양의 시대가 될 것이며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한다.
1994년 11월 <유엔해양법>이 발효되면서 신국제 해양질서가 정착되었다. 연안국은 주변 200해리 수역의 개발과 관리에 대한 주권적 권리와 배타적 관할권을 가지게 되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12해리 영해수역부터 200해리까지이며, 생물자원과 무생물자원의 경제적 개발과 탐사활동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가지는 곳이다. 이 때문에 해양경계 확정을 놓고 이웃 국가들과 해양 분쟁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모두 해양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다.
바다는 우리의 식량 창고
조개무덤이라고도 하는 패총을 알고 있을 것이다. 패총은 선사시대 인류가 조개를 잡아먹고 버린 껍데기가 무덤처럼 쌓여있는 유적이다. 바닷가에 살던 인류는 오래전부터 조개를 잡아 식량으로 활용해 왔는데 이처럼 해양식물은 예전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인류의 중요한 수산자원으로 쓰이고 있다. 수산자원이란 물에 사는 생물 가운데 산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수집 또는 포획하는 유용한 생물을 말한다.
인간이 식량으로 이용하는 수산자원은 재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만 잘하면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바다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생물자원을 끊임없이 공급해 주는 화수분 같은 곳이다. 그러나 어획 기술의 발달과 수요 증가에 따른 남획으로 무한할 것 같았던 해양 수산자원이 점차 고갈되고 있다. 한 예로 21세기 들어 북태평양의 어업자원이 이미 80퍼센트 고갈되었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이 때문에 자원량을 평가하여 어획량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수산자원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부족한 수산자원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양식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양식으로 길러내는 수산자원의 양이 영업으로 잡는 수산자원의 양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되었다. 예를 들어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0년 수산물 생산량은 해조류를 포함하여 1억 6800만 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어업 어획량은 약 8950만 톤이고, 양식 생산량은 7850만 톤이다.
해양 수산자원은 대부분 어류이며, 이 밖에도 게, 새우, 바닷가재와 같은 갑각류와 오징어, 문어, 조개와 같은 연체동물, 미역, 김,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 등이 있다. 어류 중에는 청어과 물고기의 어획량이 많으며, 단일 종으로는 페루 해안에서 잡히는 멸치 종류가 가장 많다. 그렇지만 어획량은 1970년대 초 연간 1000만 톤이 넘던 것이 1990년대 이후 300~800만 톤으로 줄어들었고, 2010년에는 420만 톤을 기록했다.
수산자원이 줄어드는 것은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느낄 수 있다. 해양 환경오염과 남획으로 숫자가 줄어드는 명태가 그 예이다. 명태는 말리면 북어, 얼었다 녹였다 하면서 말리면 황태, 얼리면 동태, 생물은 생태, 새끼는 노가리라고 부른다. 명태를 이렇게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활용가치가 큰 물고기라는 반증이다.
알은 명란젓, 창자는 창난젓, 아가미는 아가미 젓갈로 만들고, 시원한 생태찌개에는 내장이 듬뿍 들어가기도 한다. 명태는 우리나라 동해에서 아주 흔하게 잡히던 물고기였지만 지금은 거의 잡히지 않아 귀하신 몸이 되었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찬물을 좋아하는 명태가 줄어들었으며, 노가리라 명태 새끼인 줄 모르고 잡던 시절도 있어 명태 자원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지금은 자원보호를 위해 명태에 현상금을 걸고 친어(어미 명태)를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행히 2016년 국릅수산과학원에서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하여 명태가 자원 회복과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보도가 있다.
조기 역시 줄어드는 어종이다. 조기는 기운을 북돋아준다 하여 붙인 이름으로, 예전에는 차례나 제사상에 으레 조기가 올라가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배 부분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참조기는 구경조차 하기 어렵고, 크기도 작을 뿐만 아니라 맛도 떨어지는 부세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오죽하면 배에다 일부러 황금색 칠을 해서 참조기처럼 속여 파는 일까지 있을까?
수산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수산업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양식업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가두리를 설치하고 그곳에 많은 어류를 가두어 기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 물고기를 많이 기르다 보니 질병이 생기고 항생제 같은 약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양식산보다 자연산을 선호하게 되었다. 양식업도 요즘은 연안보다는 수질이 나은 외해에 가두리를 설치해 기르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바다 목장을 만들어 자연 상태에서 물고기를 기르는 방법도 있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바다목장을 만들기 시작하여 수중 스피커를 통해 음향으로 어린 물고기를 길들여 먹이를 주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생물 시간에 배우는 러시아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의 실험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치면 나중에 먹이 없이 종만 쳐도 침을 흘리는 조건반사 실험 말이다. 바다 목장은 소를 방목하듯이 물고기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기르다가 먹이를 줄 때가 되면 수중 음향을 이용해 불러 모은다. 이렇게 하면 좁은 공간에 물고기를 가두고 기를 때 생기는 질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양식업은 1960년대에 시작되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어린 물고기를 키워 바다에 방류하거나 인공 어초를 만들어 바다에 투입했다. 인공 어초는 물고기 아파트로 물고기가 숨어 살 수 있는 공간을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바다목장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후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바다목장을 개발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1년 전라남도 여수에 다해 바다목장을 추진했으며 2004년부터 동해, 서해, 제주에 시범 바다목장을 만들었다. 제주와 동해는 바닷물이 깨끗해서 수중체험형, 관광형 바다 목장을 만들었으며, 서해는 갯벌형 바다목장으로 각각 바다의 특성을 살려 만들었다.
이제 수산업은 1차 산업의 틀에서 벗어나 수산물 가공, 제조업 등의 2차 산업과 해양 관광 및 여가 활동을 포함하는 3차 산업으로 융합,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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