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장맛비로 온몸이 끈적끈적해지고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른다.
바닷가를 찾아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풍덩 담그면 좀 나아질까? 즐거운 마음에 바닷물로 뛰어들지만 물이 무릎을 넘어 배까지 차오르면 더 이상 뛰기가 힘들어진다. 확실히 땅에서 뛰는 것보다 물속에서 뛰는 것이 힘이 더 드는 것을 느낄 것이다. 만약 바닷물보다 훨씬 끈적끈적한 꿀 속에서 뛴다면 어떨까? 틀림없이 바닷물에서보다 뛰기가 훨씬 더 힘들 것이다.
이것은 공기보다는 바닷물이, 바닷물보다는 꿀이 밀도와 점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액체의 끈적끈적한 성질을 점성이라 하면 끈끈한 정도를 점도라고 한다.굳이 과학적으로 정의하자면 점성은 분자를 분리하거나 유체 속에서 물체가 움직일 때 필요한 힘을 나타내는 물질의 특성이다.
점성은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물보다는 꿀이 훨씬 점성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바닷물의 점성은 주로 수온에 따라 변하여 수온이 내려가면 커지고 수온이 올라가면 작아진다.
예를 들어 염분 35피에스유인 섭씨 0도의 바닷물은 같은 염분의 섭씨 30도 바닷물보다 2배 이상 점성이 크다. 바닷물의 점성은 염분의 영향을 받아 염분이 늘어나면 저도도 약간 늘어난다. 또한 바닷물의 점성은 플랑크톤이 가라앉거나 물고기가 헤엄칠 때 영향을 미친다. 가라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온이 낮은 바닷물에 사는 플랑크톤은 열대 해역에 사는 플랑크톤보다 에너지를 덜 소비해도 괜찮지만, 헤엄을 치는 유영생물은 반대로 에너지를 더 소비해야 한다.
끈적끈적함을 느끼는 정도는 생물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같은 곳에 살더라도 고래가 느끼는 바닷물의 끈적끈적함과 동물 플랑크톤이 느끼는 끈적끈적함에는 차이가 있다.
아주 작은 동물 플랑크톤은 큰 고래보다 바닷물이 훨씬 더 끈적끈적하다고 느낀다. 움직이는 동물 플랑크톤은 마치 사람이 꿀 속에서 헤엄칠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상대적 끈끈함은 레이놀즈 수로 판단할 수 있다.
레이놀즈 수치는 유체에 들어있는 물체에 대한 유체의 관성과 점성의 상대적 비를 나타내며, 유체 흐름의 상태를 특징짓는 수치이다. 영국의 유체역학자 오스본 레이놀즈(Osborne Reynolds, 1842~1912)가 처음으로 제안하여 레이놀즈 수라고 하며 액체의 밀도, 흐름의 빠르기, 물체의 길이를 모두 곱한 값을 액체의 점성으로 나눈 값이며 단위가 없는 수치이다. 이 값이 작아지면 흐름이 규칙적인 층류가 되지만 값이 커질수록 흐름이 불규칙한 난류가 된다. 앞서 나온 따뜻한 바닷물의 흐름인 난류와는 다르다. 이 값이 크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관성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고 이 값이 작다는 것은 점성이 크다는 말이 된다. 관성이란 정지해 있던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고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특성을 말한다.
레이놀즈 수는 물체의 길이에 비례하므로 크기가 큰 동물의 경우에는 값이 커진다.
예를 들어 1초에 10미터를 헤엄치는 고래의 경우 레이놀즈 수는 3억이고, 1초에 10미터를 헤엄치는 다랑어는 3000만, 1초에 20센티미터 움직이는 요각류 동물플랑크톤은 3만, 1초에 0.2밀리미터를 움직이는 성게의 정자는 0.03이다. 이 수가 적으면 작을수록 점성이 상대적으로 커지므로 바닷물이 더 끈적끈적하다고 느낀다. 이처럼 바닷물의 끈끈함은 물리, 화학적 요인으로 결정되지만, 해양생물이 느끼는 끈적끈적함은 생물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플랑크톤은 왜 작을까?
바닷물에 떠서 사는 생물에게 가라앉기와 뜨기는 생존에 중요하다. 그런데 바닷물에는 플랑크톤이 우글거리는데 왜 공기 중에는 플랑크톤처럼 떠서 사는 생물이 많지 않을까? 생각할수록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닷물의 끈적끈적함과 무관하지 않다. 공기보다 밀도가 큰 물속에서는 뜨는 힘, 즉 부력을 많이 받는다. 그만큼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도 물에 떠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물체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속도는 그 물체와 물의 밀도 차이에 비례하고 물체와 물의 접촉면 사이의 마찰력에 반비례한다. 마찰력은 물체와 물의 접촉면이 크면 클수록, 또한 액체의 점성이 크면 클수록 커진다. 그러므로 같은 부피의 물 무게보다 무거운 물체는 가라앉기 마련이다. 물체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빨리 가라앉으며 액체의 점성이 작을수록, 그리고 같은 부피라면 물과 접촉하는 표면적이 작은 물체일수록 마찰력이 작아지므로 빨리 가라앉는다.
자, 이쯤에서 왜 플랑크톤은 우리 눈에 잘 모이지 않을 정도로 작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자.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려면 이에 필요한 빛이 잘 드는 표층에 머물러야 한다. 빛이 없는 깜깜한 심해로 가라앉으면 광합성을 하지 못해 살 수가 없다. 많은 수의 동물 플랑크톤은 낮밤을 주기로 오르락내리락 이동하지만 이들도 수심이 깊은 곳보다는 먹이인 식물플랑크톤이 많은 표층에 주로 산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은 표층에 머물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적 특징을 보인다.
플랑크톤은 대부분 크기가 아주 작다. 그렇다면 플랑크톤은 오랜 세월 진화하면서 왜 작은 크기를 선호하게 되었을까?
크기가 작으면 플랑크톤이 물에 떠서 생활하는 데 이로운 점이 있다. 면적은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고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크기가 커지면 표면적이 늘어나는 것보다 부피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늘어난다. 반대로 크기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표면적보다 부피가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므로 부피 대 표면적의 비(S/V ratio)가 크게 늘어난다. 즉 크기가 작은 물체일수록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커져 물과의 접촉면이 넓어지고 가라앉을 때 마찰력이 커지므로 떠 있기에 유리하다.
플랑크톤은 표면적을 늘리기 위해 몸의 모양을 복잡하게 바꾸기도 한다. 몸체가 같은 크기라면 몸의 구조가 복잡한 것이 표면적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의 씨는 잔털이 아주 복잡하게 나있다. 바람을 타고 잘 날고 되도록 공중에 더 오래 떠있도록 형태가 변한 것이다. 오래 떠 있으면 더 멀리 퍼져나가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민들레 씨처럼 동물플랑크톤도 물에 잘 떠 있도록 몸에 돌기가 많다.
더운 바닷물은 찬 바닷물보다 밀도와 점도가 작기 때문에 열대 해역에서는 부력이 작고 플랑크논이 가라앉을 때 마찰력도 작다. 그러므로 플랑크톤은 사는 바다의 수온에 따라 몸의 크기와 형태의 차이가 있으며, 열대 해역에 사는 플랑크톤이 비교적 크기도 작고 모양도 복잡하다. 예를 들어 열대 해역에 사는 요각류는 온대나 한대에 사는 요각류보다 안테나나 꼬리 부분이 훨씬 복잡하게 생겼다. 같은 종이라도 겨울보다 여름에 돌기가 더 길어지고 복잡해지는 등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 모양이 바뀌기도 한다.
해양생물들은 부력을 많이 얻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이들 가운데 무거운 이온을 몸 밖으로 배출하고 되도록 가벼운 이온으로 체액의 성분을 바꾸는 생물도 있다. 체중 줄이기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세포 생물인 야광충은 세포액에 바닷물보다 비중이 작은 염화암모늄이 많이 들어 있다. 빗해파리는 무거운 황산이온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대신 가벼운 염소이온으로 삼투압을 조절 한다. 또한 몸 안에 가벼운 기체나 물보다 비중이 작은 기름을 저장하여 부력을 얻는 해양생물도 있다. 이밖에도 물고기는 기체가 들어있는 부레가 있으며 상어는 간에 지방이 많아 부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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