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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상식

바닷물은 카멜레온을 닮았다

by 지혜의열매 2023. 2. 3.

화창하게 맑은 날, 탁 트인 바닷가에 서서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면 마음까지 푸른빛으로 물든다.

바닷물은 그 많은 빛깔 가운데 왜 하필이면 푸른색으로 보일까? 그 해답은 <햇빛>에 있다.

태양에서 오는 빛은 여러 가지 색깔로 되어 있다. 프리즘을 통과한 햇빛이 만드는 무지개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햇빛이 해수면을 통과하면 마치 프리즘을 통과할 때처럼 파장이 다른 빛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적외선은 해수면 10센티미터 이내에서 모두 흡수되어 열로 변한다. 바닷물이 깨끗한 정도(투명도)에 따라 빛이 들어갈 수 있는 깊이는 다르지만 물이 탁한 연안에서 빨간색은 해수면으로부터 5미터, 주황색과 보라색은 10미터, 노란색은 20미터, 초록색은 30미터 정도에서 모두 흡수되고 남은 푸른색이 가장 깊이 들어가기 때문에 바닷속으로 잠수하면 주변이 온통 푸르게 보인다.

그래서 알록달록 화려한 바닷속 풍경 사진을 찍으려면 플래시가 있어야 한다.

 

하늘이 푸른 것은 빛의 산란 때문이다. 바다가 푸르게 보이는 것도 바닷물 속에 떠 있는 여러 가지 알갱이에 빛이 산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바닷물 색깔은 기상 상태, 바닷물 속에 사는 생물,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바닷물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날 더 푸르게 보이고 구름이 잔뜩 낀 날은 잿빛으로 보이며 해 질 녘에는 붉은색으로 물들기도 한다.

 

바닷물 색깔은 그 속에 사는 생물에 따라서도 변할 수 있다.

육지에서 가까운 바닷물과 먼 바닷물은 빛깔이 다르다. 연안에는 식물 플랑크톤이 적어 짙푸른 코발트색으로 보인다. 한편 식물플랑크톤이 늘어나 적조가 생기면 식물플랑크톤 종류에 따라 바닷물이 짙은 커피색이나 붉은색으로 바뀌기도 한다. 산호초가 부서져 생긴 하얀 모래가 깔려 있는 열대 바다에서는 바닷물이 옥색으로 보이며, 바닷물속에 펄이 많으면 누렇게 보이기도 한다.

대양의 푸른바다(태평양), 검게 보이는 흑해(러시아 겔렌지크)
석양의 황금빛 바다(남중국해),탄산칼슘이 많이 녹아 옥색으로 보이는 바다(남태평양 팔라우)

세계의 바다는 바닷물 색깔에 따라 이름이 붙기도 한다. 우선 황해라는 이름을 보자

우리나라와 중국의 큰 강에서 누런 진흙이 많이 흘러드는 이 바다는 바닷물 색깔이 누렇기 때문에 황해라고 부른다. 북아프리카와 사우디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있는 홍해의 바닷물은 붉은빛이 돈다. 붉은 색소가 있는 남조류(청록박테리아) 플랑크톤의 일종인 트리코데스미움(Trichodesmium)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의 북극권에 있는 백해는 연중 6~7개월 동안 얼음과 눈에 덮여서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해라고 부른다. 터키와 동유럽 여러 나라에 둘러싸인 흑해는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이름이 있었으며, 흑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시기는 오스만튀르크가 이곳을 점령하고 난 15~16세기 이후이다. 

흑해는 폭풍이 몰아치거나 안개가 짙게 드리우면 바닷물이 검게 보인다. 그러나 흑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닷물이 검게 보이는 것보다 갑작스러운 폭풍이나 안개로 인해 바다가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육지로 둘러싸인 흑해의 저층은 오염이 심해 산소가 부족하고 황화수소가 많아서 검게 보인다는 것이 최근 해양탐사로 밝혀졌다. 이런 이유로 흑해의 바닥에서는 생물이 살기 어렵다. 어두운 느낌을 주는 검은색의 바다이다. 흑해의 미래가 이름에서 이미 예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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