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상식

바닷물은 왜 짤까?

지혜의열매 2023. 2. 3. 22:53

'바닷물'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를까?

대답은 열이면 아홉은 틀림없이 '짜다'이다. 바닷물은 왜 짤까?

 

옛날에 가난한 농부가 도깨비에게 쌀을 주고 대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요술맷돌을 얻었다.

이 사실을 안 이웃 어부가 요술맷돌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내고는 훔쳐 달아나 버렸다. 하루는 어부가 훔친 요술맷돌을 배에 싣고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다. 평소보다 물고기를 많이 잡은 어부는 물고기를 소금에 절이려고 요술맷돌로 소금을 만들었다.

 

소금을 충분히 만들었다고 생각한 어부는 맷돌을 멈추려고 했으나 멈추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맷돌은 계속 소금을 만들어냈고, 결국 배는 소금으로 가득 차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이때 가라앉은 맷돌이 지금도 계속 소금을 만들기 때문에 바닷물이 짜졌다고 한다.

 

어릴적 기억 속 정답은 이런 이야기 속에서 찾을수 있다. 하지만 바닷물이 짠 이유를 동화속에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오랜 세월 육지의 소금이 빗물에 녹아 바다로 흘러들었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해저화산 활동으로 염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설이다. 첫 번째 설을 좀 더 설명하자면, 염분을 포함하고 있는 육지의 암석은 오랜 세월동안 빗물에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 후 바다에서는 물만 증발하고 소금이 남는데 그래서 바닷물이 짜졌다는 설명이다. 두번째 설은 바닷속에서 화산 활동이 일어나면서 소금이 바닷물로 공급되어 짜졌다는 것으로, 말하자면 바닷속 화산이 요술맷돌처럼 소금을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바닷물에 녹아있는 여러 무기물질의 전체 양을 염분이라고 한다. 바닷물에는 다양한 물질이 녹아 있으나 그중 가장 많은 것은 염화나트륨(NaCl), 즉 우리가 조미료로 먹는 소금으로, 전체 염분의 85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바닷물에 포함된 염분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예전에는 천분율을 의미하는 퍼밀(%)또는 피피티(ppt, parts per thousand)를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닷물의 전기 전도도를 측정해서 염분을 표시하는 실용염분 단위 피에스유(psu,practical salinity unit)를 많이 사용한다. 바닷물 1000그램 속에는 염분이 평균 35그램 들어 있으며, 이 때 염분은 35피에스유가 된다. 염분은 여러가지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측정할수 있다. 1800년대 말에는 염분에 따라 물의 밀도(단위 부피당 질량)가 달라지는 물리적 성질을 이용하여 비중계) 액체나 고체 따위의 비중을 재는 장치)로 염분을 측정했다. 우리는 헤엄칠 때 강물에서보다 바닷물에서 몸이 더 잘 뜨는 것을 경험한다. 바닷물이라도 염분이 높으면 높을수록 몸이 더 잘 뜬다. 이런 원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주요 무기물질의 상대적인 양

1960년대까지는 주로 질산은(AgNo3)을 사용하여 염소량을 알아내는 화학적 적정 방법으로 염분을 측정했다. 1960년대 이후에는 소금물이 전기가 더 잘 통하는 원리를 이용한 전기전도도로 염분을 측정했다. 최근에는 전기전도도, 수온, 수심을 잴 수 있는 시티디(CTD)라는 장비를 이용하여 현장에서 측정한 자료를 바로 컴퓨터에 입력하여 실시간으로 염분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장비가 없던 과거에는 바닷물을 유리병에 직접 담아 와서 실험실에서 측정 기계로 재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했다. 염분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한 굴절계(refractometer)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간편하게 염분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방법에 비해 정확도는 떨어진다.

 

과거 수백만 년 동안 바닷물의 평균 염분은 거의 일정했으며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여러 염분의 상대적 비율도 어느 곳에서나 일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염분은 환경에 따라 변화가 있어 강물 유입이 많은 흑해나 발트해에서는 아주 낮고 홍해나 사해처럼 증발량이 많은 곳에서는 아주 높다. 흑해는 염분이 약 18피에스유이고 발트해는 이보다 낮아 8피에스유정도이다. 그렇지만 홍해는 강물의 유입이 없고, 강우량도 적은 반면 증발량이 많아 염분이 40피에스유나 된다. 사해는 평균 해수면보다 395미터나 낮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호수로 엄밀히 말해 바다는 아니다.

그러나 염분은 300피에스유 이상 되어 보통 바닷물보다 거의 10배나 높다. 염분이 높아지면 물의 밀도가 높아지고 아울러 부력도 커져 사해에서는 수영을 하지 못하더라도 물에 빠질 염려가 없다. 사해는 한자어 표기에서도 알수 있듯이 염분이 아주 높아 박테리아를 제외한 생물이 살수 없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우리 주변에서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지만 염전에 가보면 바닷물이 증발하고 난후 하얀 소금덩어리가 남아있는 것을 볼수 있다. 그렇다면 바닷물 속에는 도대체 소금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만약 전 세계 바닷물을 모두 증발시켜 만든 소금을 육지에 쌓는다면, 육지는 약 150미터의 소금더미에 뒤덮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육지가 건물 40~50층 정도 높이의 소금 산에 덮여버린다는 의미이다.

 

소금은 예부터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역사적으로 소금은 국가의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고려시대에는 도염원을 두고 소금을 국가에서 직접 판매하여 재정 수입을 올렸다. 조선시대에도 관가에서 소금을 판매했고, 백성들은 쌀이나 옷감을 소금으로 바뀌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에도 소금은 전매품이었고, 소금이 귀하던 시절에는 소금장수가 가장 인기 있는 사윗감이기도 했다. 서양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소금의 가치가 높았다. 영어로 봉급을 샐러리(salary)라고 하는데, 이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 살라리움(salarium)으로 로마 병사들에게 봉급으로 소금을 지급했던 데서 유래했다. 이 소금은 화폐로도 통용되어 다른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소금은 또한 음식의 부패를 방지하여 식품 저장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부패를 방지하는 이러한 기능 때문에 지금도 사회 부정부패를 막는 표현으로 소금을 은유적으로 사용한다.

바닷물에 흔한 것이 소금이지만 인간은 소금 없이 살 수 없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소금에 초자연적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여러 전설이나 신앙이 생겨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나쁜 것을 쫓을 때 소금을 뿌리는 관습이 있었고, 태국에서는 아이를 낳은 후 소금물로 몸을 씻으면 악령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다.